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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버닝>, 이창동 감독, 2018년, "하루키가 망쳐버린 한국 영화"

tomato23 2018. 6. 11. 23:01


소년의 공허와 분노, 그리고 아무 이유없이 자위에 봉사하는 넋이 나간 소녀들


  하루키의 소설을 요약하라면 나는 저렇게 하겠다. 클래식, 밥, 소녀, 자위, 책이야기만 해도 장편소설 하나 나오는 작가. 이 작가의 소설이 영화가가 된다면, 그것도 한국 영화가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버닝>은 인권 의식이 희박하기로 유명한 칸영화제에 초청받았지만 수상에는 실패한 작품이다. 2018년 수상작은 고래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 가족 영화 전문가답게 이번에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것 같다. 그래도 초청 받은 이유가 궁금하여 감상했다.


  결론은 중반이후로 이야기가 아주 망해버렸다는 것이다. 중반 이후로는 이야기 자체가 없는데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지점이다. 소년의 분노는 도대체 무엇을 향하는 지 알 수 없고, 메타포들은 아무런 무게도 가지지 못한다. 사건은 기계적으로라도 전개 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는데 의도적으로 어떤 진행도 하지 않는다. 


  "하루키라면 한국 사람들이 일단 좋아하잖아."에 속아서 투자 받은 작품일까? 그러기에는 이창동 감독도 역시 문학가 출신 아닌가? 나는 그가 만들었던 초록물고기를 기억한다. 한국의 욕망과 한국의 사랑을 드라마로 풀어내던 그 능력을 기억한다. 그는 지금 뭘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 사회에서 무엇을 읽은 것인가. 그는 지금 왜 자위하는 청년을 카메라에 담았나. 그것은 왜 아무런 무게도 가지지 못했나. 공상이나 하면 살아가던 혁명을 꿈꾸거나 퇴폐적으로 삶을 음미하던 젊은이들을 중년의 문학가들이 그려낸다. - 하지만 이제는 알아야 한다. 그런 청년들은 더 이상 없다. 다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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